ㅇ(이응)은 실체는 있으나, "음가 없는 이응"이다.

브라마굽타가 숫자 0의 존재를 정의한 방법을 응용하여 자음 ㅇ의 실체를 파악해 보자. 실제 소리 "아"에서 관념의 소리 "아"를 빼면 남는 소리가 있다. "아"를 발음하기 위하여 허파에서 성문을 통과해 후두부에 닿는 기류와 이 기류의 울림이다. 흉부 위쪽에 손을 갖다 대면 이 기류의 울림과 동일한 상태의 울림을 느낄 수 있으나 이것은 논외로 한다.  "ㅏ" 소리는 이 기류의 울림이 새로운 울림으로 대체되면서 발화한다. 이 남는 소리는 후두부에 기류가 닿은 상태일 때 아래쪽에 위치한 성대가 울리게 되면 후두부에서 반드시 발생하는 공명음이며, 흉부에서 느껴지는 진동소리와 다를 바 없이 그 소리를 특정지을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소리로서는 비어있는 상태가 된다. 즉, 성대가 울리기 전에는 기류로서 존재하고 성대가 울린 후에는 성대와 공명하는 후두부의 순수 공명음이자 특정되지 않는 소리이기 때문에 그 소리가 비어있다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를 훈민정음 해례본에서는 "ㅇ소리는 맑고(또는 엷고) 비었다(ㅇ聲淡而虛)"라고 설명한다.  이것을 도식화하면 " 실체 있는 빈소리 =  후두부에 닿는 기류와 그 울림 = 후두 공명음 = ㅇ(이응) = 소리의 실체는 있으나 음가는 없다"가​ 된다. 이렇게 후두부의 기류와 후두음(성문음, 후음)으로서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ㅇ(이응)의 실체이지만 소리가 있어도 음가가 없는 상태인 것이 ㅇ이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입을 다물고 콧소리로 노래할 때 발생하는 소리는 비강에서 발생하는 소리로서 실체가 있지만 그 음가로서는 소리가 없다. 이러한 소리를 비강이 아니라 후두부에서 낸 것이 ㅇ(이응)이다. 따라서 ㅇ(이응)은 후두부에서 발생하는 실체 있는 공명음이지만 소리로서는 "음가 없는 이응"이 되는 것이다. 숫자 0이 수로서 존재하지만 비어서 아무 것도 없는 상태이듯이 ㅇ(이응)은 이와 동일한 개념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에서는 "ㅇ은 후음이니, 欲(욕)자 처음 펴 나는 소리와 같다(ㅇ，喉音，如欲字初發聲 )"라고 ㅇ의 음가를 설명한다. 일단 허파에 숨을 적당히 들이마시고 "욕"을 아주 천천히 발음해 보면 성대가 울리기 직전에 성문을 빠져나가는 기류가 확연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 기류가 후두부에 닿은 상태에서 아래쪽 성대가 울릴 때 후두부에서 특정할 수 없는 공명음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자음으로서 ㅇ(이응)이 되는 것이고 소리로서는 음가가 없는 것이다. "ㅛ"는 이 공명음 다음에 발생한다. 세종대왕은 이러한 기류의 특정할 수 없는 울림조차 소리로서 파악하고 문자로 승화시킨 것으로 볼 때 그 위대성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 ㅇ의 기류와 울림을 아주 쉽게 느껴보는 방법이 있다. "이"를 이~~~라고 길고 약하게 발음하되 성대를 울리지 않으면 허파에서 성문을 지나 후두부에 닿은 후 입밖으로 흘러 나오는 기류를 느낄 수 있다. 다소 과장되게 이 기류를 느껴 보려면 후두음 중에서 가장 센 기류로 발음하는 ㅎ을 활용하면 된다. 히~~라고 발음하되 성대를 울리지 않으면 나오는 것이 그 기류이다. 이러한 기류가 후두에 닿은 상태에서 아래쪽의 성대가 울리게 되면 특정할 수 없는 울림이 되는데 이것이 소리는 있지만 음가가 없는 ㅇ(이응)의 실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