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납 논리와 보편성 – 흄의 경우

청색공책 - 11월 30, 2012 - 철학적 사고와 사유의 길

흄은 인간의 인식에서 경험적 근거를 중요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같은 종류의 사건이 반복되면서 같은 종류의 결과를 가져올 때 이성의 논리적 연관보다는 경험적 근거를 믿는다. 원인과 결과라는 관계로 두 종류의 사건을 연결시킨다. 그러한 것은 논리적 법칙이 그 대상에 항상 수반되어 왔다고 판단되는 보편성보다는 두 종류의 사건이 연이어서 일어났다는 우연성에 기반을 둔다. 논리적인 것을 알 수 없다고 해서 제외시키는 흄에게는 인과적 관계 또는 필연적 관계임을 보여주는 그런 사건은 없다고 한다. 우리의 마음이 습관적으로 믿는 것이지 경험적 근거에 기반한게 아니라는 말이다.

흄의 의도는 인과적 지식에 들어있는 관념들은 서로 연계되지 않으며 순수하게 내적인 관념이라는 인식 작용과 실재 세계를 이루는 사실의 문제를 구별해야 된다는 것이다. 오로지 관념 또는 감각적 경험들만으로 인과적 지식을 검증하고 분별해내는 체계를 구성해야 한다.

원인과 결과는 시간적으로 연이어있다. 감각적으로 이것은 직관적이다. 그러나 주어진 두 종류의 사건이 연이어서 발생했다는 것과 그 두 종류의 연결 관계가 어떤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런 일이 있으면 저런 일이 있다고 하는 것에서 법칙성을 찾아내려고 하면서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은 상관 관계로 이어주는 논리적인 연결이다. 초기에는 우리의 조상들이라고 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라마르키안은 이런 추론을 실행했었다. 어머니가 질병에 걸린 후, 태아도 질병에 걸렸다. 따라서 태아는 유전적으로 질병을 타고났다.

이것은 사실적인 요소가 개입되어서 그럴듯하게 보인다. 유전성이라는 근거와 함께 연이어 발생했다고 하는 상당한 상관 관계가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실재로도 그런 추론이 맞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당뇨병은 유전된다거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산모 때문에 감염되어 태어난 태아도 있다. 그러나 다른 것이 원인이었다면, 예컨데 전염성이 원인이었다면 라마르키안 추종자들의 경험적 믿음의 오류를 보여준다. 맞기만 하는게 아니라 틀린 경우도 있다면 그 의학 지식은 우연적 보편성을 띤다.

귀납은 발견의 논리라고도 불린다. 가설을 세우고 검증을 통해서 자연 법칙으로 받아들여진다면 법칙의 발견을 말할 수 있다. 경험이 축적되고 실재적인 의미를 인식하게 되면 필연적 관계와 우연적 관계가 구별된다.

예컨데 뼈마디가 쑤시면 비가 온다라는 명제는 어떤 인과성을 시사한다. 오랜 옛날 과학이 덜 발달되었을 땐 상당히 높은 빈도로 적중하는 현상이었으나 필연적으로 인과성이 성립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가설의 방법에 의해 그것의 법칙성이 밝혀졌다. 관절의 통증은 기압의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이것보다 더 연결이 강한 필연적 관계는 없을까? 비가 오면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린다와 같은 자연 현상은 필연적 법칙이다. 여기에는 관찰이라는 검증 방식에 의해 인식이 시작되는 면은 있으나 자연 현상으로서 중력이 작용한다는 점에서 법칙적이다. 이를 가리켜 법칙적 보편성이라고 할 수 있다면 앞서 우연적 보편성과 구별될 수 있을까? 흄의 기반에서는 애매한 것 같다. 우연적인 것을 관념의 관계로, 필연적인 것을 사실의 관계로 사상하는 것은 라마르키안의 예에서 불가능함이 밝혀졌으니까.

그보다 반흄적인 대표주자인 칸트의 구별이 유의미하게 다가온다. 성향적, 경험적 지식은 너와 나의 경험이 일치해서 보편성을 갖는다는 것이므로 우연적인 보편성이다. 너와 나의 경험이 일치하지 않아도 성립하는 법칙도 있는데 그것이 바로 경험독립성이다. 자연 현상을 대체로 경험독립적으로 주어진 참된 보편성이다. 따라서 우연적 보편성과 법칙적 보편성은 구별될 수 있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

한가지 여운이 남는건 흄이 인간의 <자연적> 본성을 논할 때 그것은 어떤 의미로 음미되는가하는 점. 경험에 포섭되지 않지만, 경험에 독립적인 실체를 인정하는 것은 아닌가? 이것은 이 글의 범위 내에서는 다루지 않겠다.